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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경제포커스] “제발 과학으로 접근해달라”
작성자 관리자 조회 517 작성일 2024.02.08
링크 https://www.chosun.com/opinion/economic_focus/2024/02/08/FJPY2H5EH5AAJFUYQKM6G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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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금 120억원으로제초제 견디는 잔디 만들었더니 주무 부처 20년 끌다가 ‘부적합’“제발 시민단체 눈치 보지 말라”

제주대 생명공학부 이효연(63) 교수의 대표 연구작은 잔디다. 이름은 ‘제주 그린’. 제초제를 뿌려도 잡초만 죽고 버틸 수 있는 잔디다. 연간 국내만 1조원, 글로벌 40조원 이상인 잔디 시장에서 ‘혁명적’ 품종으로 평가받아 국내외 특허만 12건이 등록돼 있다.

일본 도호쿠대에서 생명공학 석·박사를 딴 그가 잔디와 인연을 맺은 건 1996년. 고(故)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이 “앞으로는 바이오 시대’라며 설립한 ‘금호생명과학연구소’의 초대 소장으로 미국서 영입된 송필순 박사를 만나면서다. 송 박사는 이 교수에게 “미국 잔디 대부분이 한국 잔디를 품종 개량한 것이니 우리가 한번 연구해 보자”고 제안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00년 제초제에 견디는 잔디를 만들었다. 일 년에 한두 번 제초제를 뿌리면 농약도 많이 칠 필요가 없는 친환경 품종이었다. 정작 기구한 시련은 이때부터였다.

품종특허는 재배 허가를 받아내는 심사가 최종 관문이다. 주무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 여기에 질병관리청, 농림부, 해양부, 환경부 등과 협의해야 한다. GMO(유전자변형작물)인 만큼 꼼꼼한 심사는 필수란 걸 그도 충분히 인정한다. 2003년 심사를 신청하고 11년 만인 2014년 위해성 평가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로부터 작년 6월까지 9년 가까이 무려 23가지 보완 요청을 받았다. 여기엔 믿기지 않는 내용도 많다. 해양부는 “품종 개량한 잔디가 해양에 영향이 없다는 걸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무슨 방법으로 입증할까부터 난감했다. 결국 잔디를 갈아서 물고기에게 1년간 먹인 뒤 심장박동수 등을 측정해 무해성을 입증했다. 이런 식으로 23건을 입증했더니 작년 6월 30일 “부적합’ 결론을 통보했다. 이유가 기가 막혔다. “국내 환경에 위해성이 없음을 인정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GMO가 위험할 수 있으니 이런 결정은 일리가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전 세계 GMO 농작물 수입에서 일본에 이어 2위 국가란 점을 감안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대부분 콩, 옥수수 등이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GMO 작물 수입은 허가하면서 잔디 재배는 불허하는 논리는 무엇인가. 이 교수는 “미국 등에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GMO 작물 수입을 요청할 때는 ‘통상 마찰’을 우려한 관료들이 필사적으로 통과시키지만, 정작 우리가 개발한 품종 허가엔 환경시민단체 눈치를 보느라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제주 그린 개발에 투입된 120억원은 농림부, 교육부 등 정부에서 지원한 돈이다. 돈을 줘가며 GMO 개발을 독려한 정부가 결실을 눈앞에 두고 20년 넘게 끌다가 부적합 결론을 냈다. GMO 연구는 이 교수팀만 한 게 아니다. 30년간 우리 정부는 GMO개발에 수조원 이상을 투자해 81개 품종을 선정했다. 어느 누구도 상업화는 못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건 과학적 접근이 아니다. 정치에 오염된 것이다. 제발 과학을 과학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엔 ‘제2의 제주 그린’ 같은 일들이 부지기수로 있을 것이다. 관료들과 기관장들이 일부 목소리 큰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는 사이 한국 과학은 이렇게 위기를 맞고, 쇠락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글로벌 작물 회사들로부터 제주 그린을 미국에서 통과시켜 세계 시장으로 가자고 설득받고 있다. 그럴 경우 이 품종은 미국 기업의 것이 되고 만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허가만 난다면 사회에 공짜로 내놓을 테니 제발 우리나라에 유익하게 써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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